당구장 점수 (1)
당구장 아르바이트 경험자의 정직한 후기


저는 주로 피시방, 편의점, 당구장 야간 일을 좋아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돈도 좀 되는 편이기 때문이죠.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를 할때 많은 돈이 필요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이것저것 책도 읽고 게임도 조금씩 하고 만화도 보면서 일하기엔 정말 평일야간 만한것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해본 야간 알바들 중 가장 힘들었던 당구장 알바에 대해서 써보려 합니다. 번화가가 아닌 일반 거주지역에 위치한 당구장들은 24시간 하는 당구장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 장사가 안되거든요. 동네 PC방들이야 새벽에도 본전치기 할 정도의 장사는 되니까 24시간 영업 하지만, 당구장은 평일 새벽엔 손님이 정말 없습니다.


그래서 주말엔 새벽까지, 평일엔 12시쯤 되면 문을 닫는게 일반적이지만 유흥가나 번화가의 당구장은 1년 365일 24시간 어느때나 문을 엽니다. 일반 손님들도 간간히 오고 유흥계 종사자들이 대기시간을 때우기 위해 찾아오기 때문에 새벽시간 내내 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구장 알바의 기본 업무는 간단합니다. 당구대 청소, 큐관리, 공닦기, 음료수 서빙, 설거지 등이 주된 업무고 근무하는 타임이나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청소 정도가 있네요.



가장 기본중의 기본인 당구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사진상에 보이는 엄청 큰 당구대 3개가 있을겁니다. 이 대는 국제식 대대인데, 3쿠션 고점자들이 실제 국제식룰로 경기를 할때 사용합니다. 그냥 당구장 가서 4구 치는 당구대와는 사용되는 천도 다르고, 관리도 빡세게 해야 합니다.


한게임 끝날때마다 당구대를 닦아야 하는데 모포같이 생긴 천을 사용해서 쵸크자국과 손기름들을 닦아줘야 합니다. 하나 닦는데 30초도 안걸리기 때문에 별로 힘든건 없습니다.


큐관리는 큣대에 묻은 초크를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큐 끝에 달려있는 팁을 갈아주거나, 두드려서 흠집을 내고 초크를 깨끗하게 발라주면 됩니다. 한 게임이 끝나고 나면 공을 수거해서 공에 묻은 초크와, 삑사리 난 자국들을 닦고 특수한 약품을 이용해 공의 겉면을 매끄럽고 광이 나는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설명한 일들 전부 초등학생을 데려다 놔도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 하나하나가 시간이 소요되고, 테이블 회전률이 높은 당구장이면 알바도 죽어납니다. 음료수 가져다 줘야되고, 공닦아야되고, 당구대 닦아야되고, 큐손질 해야되고, 중간중간 설거지에 카펫에 재떨어진거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거기다 당구장 야간알바는 화류계 종사자들과 마주쳐야 할 일이 많습니다. 화류계쪽 손님이 1팀오면 일반손님 3팀 오는거만큼 손이 많이갑니다. 담배도 정말 많이 피고, 음료수는 계속 리필시키고, 자기 집처럼 행동하기때문에 어질러 놓는것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게 어질러 놓고 가면 야간알바는 열이받습니다. 그렇게나 진상을 해놓고 가는 손님이지만 사장님은 안받을수가 없습니다.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또 당구장 특성상 담배냄새에 찌들어 있어야 합니다. 비흡연자라면 일주일도 못 버틸 정도로 공기가 안좋고, 재떨이에 가래침과 담뱃재가 범벅이 되어있는걸 보면 비위가 좋은분들도 역겨움을 느끼실 겁니다. 환경만큼은 정말 최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쓰다보니 막상 당구장 알바에 대한 팁이나 경험담에 대해 쓰기보다는 안좋은 점만 잔뜩 서술하게 되었네요. 느끼셨겠지만 당구장알바 저는 절대 추천안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또 그때의 진상손님들, 더러운 재떨이가 생각나서 기분이 별로 안좋네요. 정말 돈도 벌고 당구점수도 올리고 싶으신 분들 아니면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는 절대 추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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