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경험자의 정직한 후기




매일 올라오는 공고


알바천국, 알바몬 등의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를 보면 어느 지역이든 매일 올라오는 공고가 있습니다. 바로 '택배 상하차' 인데요. 저는 2년전 상하차를 일급으로 3달정도 나가봤고, 현장에서 반장으로 3개월 정도를 일했습니다. 하루 4시간이라는 적은 근무 시간과 추가근무시 1.5배, 야간 수당까지 확실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몸이 힘들어도 계속 나갈 수 있었습니다.


택배 상하차가 하는 일, 자세한 설명


하루 12시간에서 13시간 가량 일하는 대형 터미널 같은 경우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기존 작업꾼들의 텃세와 욕, 고된 노동등의 이유로 하루를 다 못 채우고 도중에 도망가는 인원이 20% 정도 되며(추노라고도 합니다.), 하루 일하고 안나오는 인원이 70% 정도되며 나머지 10% 정도가 꾸준히 나오거나, 일주일에 한두번 얼굴을 비추는 정도입니다.


대부분 처음 나오신 분들의 경우 하루 일하면 3~4일 동안 몸 곳곳에 알이 배겨 제대로 운신도 못하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적절한 비유일진 모르겠지만 제 기준으로 12시간 상하차의 경우 완전군장으로 40km를 행군하는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몸이 박살이 납니다. 상차의 경우 물류 벨트에서 밀려오는 끝도없는 택배 물량들, 간간히 섞여있는 쌀포대, 생수 6통 묶음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일반 소화물들을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쓰며 쌓아야 합니다.


그냥 벨트에서 컨테이너 안으로 던지는 것도 12시간을 하면 온 몸이 뻐근할 지언데, 제 키보다 높게 무너지지 않도록 열을 맞춰서 쌓다보면 인생에 대한 회의와 평소엔 느낄수 없는 농도짙은 현자타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 12시간 상차를 했을때 든 생각이 이런 일을 몇년, 아니 단 몇 달 동안이라도 꾸준히 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을 느꼈습니다.


하차의 경우에는 저렇게 상차한 물품을 벨트에 내려놓는 작업입니다. 상차보다 난이도는 낮지만 힘은 오히려 더 들어갑니다. 단순하게 내려놓기만 하면 되지만, 키보다 높이 있는 무거운 물건을 끄집어 내리면서 팔에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간혹 상차과정에서 물건이 밀려 제대로 쌓아지지 않아 무너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하차작업도중 발가락을 찧어 일주일간 일을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택배 상하차를 하실 분들은 본인이 12시간 행군을 버틸 자신이 없으면 가지 않는것을 추천합니다. 중간에 도망가면 임금도 못받고, 괜히 하루 하고 몸이 상해 병원비, 파스비가 더 들거나, 어디 다치기라도 한다면 본인만 손해보는 겁니다. 4~8시간 정도의 작업을 하는

소형 물류센터에서 미리 내공을 쌓고 가신다면 어느정도 버틸만 하실겁니다.


저는 택배 상하차를 직업으로써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몸이 힘든건 둘째치고 컨테이너 안의 숨막히는 답답함과 물건을 옮길때마다 발생하는 먼지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항상 마스크를 끼고 근무하는데도 도중에 화장실에서 코를 풀면 새까만 먼지 덩어리들이 나오곤 했습니다.

군살이 빠지고 잔근육이 붙지만 기관지가 상하고 비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정말 할 일이 없거나, 세상경험좀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쯤 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위에 서술했듯이 농도짙은 현자타임을 경험하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택배 상하차의 꽃 분류


혹시라도 센터내에 분류쪽 자리가 빈다면, 자신이 현장관리자와 친하다면 저는 분류쪽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분류는 크게 두가지 일을 하는데 벨트내에서 밀려오는 수화물들을 각각의 컨테이너로 밀어주는 단순분류가 있고, 수화물의 바코드를 기계로 찍는 작업이 있습니다.

단순분류는 일도 단순하고, 현장에서의 짬이 좀 된다면 중간중간 핸드폰을 만지거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여성분들도 쉽게 하실수 있습니다.


바코드 분류는 몸은 편하지만 난이도가 높습니다. 벨트에서 밀려오는 수화물의 바코드를 기계로 찍는 작업인데 이 바코드란 것이 편의점같은곳에서 찍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쉽게 찍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벨트위에서 움직이는 바코드라면 더욱 더 어렵습니다. 이걸 잘 하면 반장이나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몇개월 이상 꾸준히 상하차 출근하시면 현장관리자가 "분류나 바코드한번 잡아볼래?" 라며 미끼를 던지실 겁니다.

반장의 업무


현장관리자는 택배사 직원이고, 일반 상하차나 분류작업자들은 대부분 아웃소싱 소속입니다. 아웃소싱 소속으로 상차와 하차를 경험하고 바코드와 분류까지 할 수 있게 되면 현장관리자나 아웃소싱 관리인원이 반장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센터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벨트 3~4개의 상하차를 관리하는 조장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몸도 편하고 월급도 올라가지만 상하차란 항상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정말 인원이 없는 경우에는 반장도 컨테이너 들어가서 상하차 해야 합니다. 상하차 처음 온 인원과 같이 작업을 하다보면 부처가 되야 합니다. 벨트에서 수화물은 밀려오는데 옆에서 같이 상차하는 분은 당장이라도 쓰러질듯이 헐떡이고 결국 수화물이 감당이 안되 벨트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때면 멘탈도 곤두박질 치곤 했습니다.


아무튼 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간단하게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상하차는 한번쯤 해보기엔 괜찮다.

분류, 바코드에 자리가 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쪽으로 빠져라

상하차에서 짬이 좀 되면 반장이 될 수 있다


정도네요.


다음에는 홀서빙 알바 경험담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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